인류는 상기(上記)했다시피 깊이 내재된 미(美)에 대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용모를 가꾸는 시도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화장’은 비단 얼굴에 분을 바르고 립스틱을 바르는 행위인 ‘메이크업’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과 더불어 모든 종류의 몸치장과 관련해 화장품의 종류, 목욕의 역사, 미용외과의 역사까지 ‘치장의 모든 것’-화장품의 이름, 재료, 유래, 관련 에피소드들이 그 주된 내용이다-에 대한 한 권의 사전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책이 단순히 화장에 대한 소사전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화장이 인류의 역사와 맺고 있는 긴밀한 관계를 놓치지 않고 기술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어느 한 시대 그 사람들은 이러이러한 화장을 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그렇게 화장하게 되었는지, 그 시대 미의 기준은 어디에 있었는지, 또 그 원인은 무엇인지 등 화장에 얽힌 배경을 인류학적·문화사적·사회학적으로 풀어서 설명해 주는 것이다. 때문에 『화장의 역사』는 화장의 사회사이자 인류의 생활사이기도 하지만, 화장 분야에 한정된 세계사 교과서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