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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아이 입양한 스웨덴 부모들의 수기 펴낸 김현덕씨
'…햇살 좋은 어느 날, 아이와 그림자놀이를 하고 있었다. 마르쿠스는 나의 그림자와 겹치도록 내 뒤에 서더니 이렇게 말했다. '짠, 드디어 엄마 뱃속에 있게 됐네'…." 스웨덴 스톡홀름 시(市)에서 47년째 살고 있는 정신과 의사 현덕 김 스코글룬드(72)씨에게 이번 모국 방문은 특별하다. 한국인 아이들을 입양한 스웨덴 부모들의 수기를 오랜 염원 끝에 마침내 책으로 엮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인연'(사람과 책)은 그녀가 스톡홀름에서 30여년간 상담하고 치료해온 입양아들과 스웨덴 부모들의 이야기이다. "우리 대신 아이들을 길러준 외국인 부모들 이야기엔 귀 기울여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이 직접 쓴 글을 우리말로 번역한 겁니다." 김씨가 입양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62년 서울 국립의료원에서 일하다 만난 스웨덴 의사와 결혼해 스톡홀름으로 이주한 후다. "60~70년대엔 스웨덴으로 한국 아이들이 한해에 800~900명씩 들어왔어요. 입양가족에게 한국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 예술을 가르쳤어요." 한국에서 갓 건너온 그녀는 입양된 아이들에게 역할모델이기도 했다. "허리춤에도 못 미칠 만큼 작은 여자아이들이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힌 채 저를 올려다보며 묻곤 했죠. '나도 크면 선생님처럼 되는 거예요?'" ▲ 스웨덴으로 입양된 한국인 아이들의 대모 김현덕씨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났다. 그녀는“혈연보다 생명을 더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사춘기에 접어들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기 시작하면서 김씨를 찾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발길은 잦아졌다. "잘 자라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학교를 그만두고 말문을 닫은 채 부모를 멀리하기 시작하죠. '또다시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강박, '한국과 스웨덴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다'는 절망감에 간혹 자살을 선택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만큼이나 양부모의 상처 또한 크다. "스웨덴은 '파양'이 법으로 금지돼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양부모는 아이를 친자식처럼 사랑하며 최선을 다합니다. 우는 아이에게 '아리랑'을 배워 불러주고, 동요 '나비야'를 불러주고요. 방황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들 또한 심한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스웨덴 입양아들에겐 '대모(代母)'나 다름없는 김씨는 "국내 입양의 확산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적어도 내 코는 왜 이렇게 납작하냐며 괴로워하진 않을 테니까요." 그러면서 몇 년 전 한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이 스톡홀름을 방문했다가 입양아들의 질문에 난처해했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한 아이가 물었지요. '우리가 왜 이곳으로 왔는지는 이해합니다. 그런데 요즘도 입양되어 오는 아이들이 나중에 그 이유를 물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김씨는 "생명 그 자체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사람, 평범한 상식을 가진 부모들이 입양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장애아도 기꺼이 입양하는 스웨덴 사람들은, 부모란 그가 양부모이건 친부모이건 하느님 대신 아이를 맡아 길러주는 청지기에 불과하다고 믿는답니다." 김윤덕 기자 sion@chosun.com 기사링크: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9/05/10/2009051000741.html | ||||
혈연보다 생명을 더 사랑하는 사람 많아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