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던 지난 세기에 박세리 선수가 LPGA 대회에서 극적인 우승을 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당시 양말을 벗고 물에 빠진 공을 치러 물속에 들어갈 때 박세리 선수의 까맣게 탄 다리가 얼마만큼의 노력을 한 결과인지, 그 장면이 힘들어하던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순간이라는 것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골프에 대한 에세이이다. 지은이가 캐나다로 이민을 간 후, 그곳의 한인신문에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연재한 것 중에 추려서 단행본으로 내었다.
지은이는 프로골프선수도, 골프에 관한 박식한 지식을 지닌 학자도 아니다. 즉, 순수한 갤러리 처지에 서서 골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일반 독자들에게는 쉽고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 책에는 모두 서른네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골프의 유래, 우리나라에 골프가 도입된 시기, 캐디의 유래, 골프 클럽을 왜 14개로 제한하는지 등을 통해 골프의 긴 역사를 볼 수 있다. 한편, 한국에서 캐디가 차지하는 역할, 자식을 골프 선수로 키우려는 한국 부모의 극성스러움, 한국의 골프 문화(캐디, 회원권의 허와 실), 유독 '고비용의 놀이'로 인식되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통해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전세계에 산재한 골프장 중 골퍼들이 선호하는 골프장과 그곳을 설계한 디자이너를 소개하면서 골프장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만들기는 하나 나름 골프장을 설계한 디자이너들의 철학이 그곳에 담겨 있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지은이는 골프를 바둑처럼 정신 게임에 비유하기도, 인생 게임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주 사소한 같은 욕심이 대사를 그르치는 것처럼 골프 역시 욕심을 비우고 정신을 가다듬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다양한 사례를 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게임을 하다보면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18홀 내내 이뤄지고 있는 것을, 인생 역시 그와 다를 바 없음을 이야기한다. 즉, 초반 9홀을 인생에서 초중반으로 볼 때 너무 성급하게 서둘다 보면 나머지 9홀(남은 인생) 역시 잘못될 가능성이 많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