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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에서 유목적이고 일탈적인 청년세대의 일상을 보여준 양동근과 이나영. 1950년대 포르셰를 타고 고속도로를 질주하다 추돌사고로 스물넷의 나이에 생을 마감한 반항아 제임스 딘. 1980~90년대 세계 농구팬을 사로잡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과 전 세계 여성축구팬의 연인 데이비드 베컴.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모두 쿨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착한 사람은 싫다, 쿨하게 살고 싶다 내친구가 내 남자친구를 빼앗아 갔을 때, 칙칙하게 매달리는 사랑보다는 쿨하게 헤어지는 것이 좋다…. 도대체 무엇이 쿨하고 무엇이 쿨하지 않은 것이기에 쿨이 서구에 이어 한국의 청년문화와 심지어 성인문화까지 지배하게 된 것인가. 음료나 스넥에서 패션 대중음악 팝아트 폭력 마약 섹스 게이 비트 반문화 하드보일드 보디피어싱 등의 서구 청년문화 그리고 우리 젊은이들의 모든 일상에 적용되는 ‘쿨’이란 단어는 무엇인가. 영국의 언더그라운드 저널리스트인 딕 파운틴과 사회학자인 데이비드 로빈스가 쿨이라는 문화코드를 문화, 역사, 정치경제학적 맥락에서 짚은 책은 쿨을 하나의 ‘태도’로 본다. 쿨은 특정한 사회현상이나 유행이라기보다 특정한 태도라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반응하는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쿨의 의미는 대단히 다중적이다. 이를테면 누가 “어제 본 영화 어땠어요”라고 물으면 “쿨했죠”하면 된다. ‘친구’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조폭으로 상대 깡패의 칼에 맞아 죽는 장동건도 쿨하고, 남편의 불륜을 보고도 단호하고 침착한 표정을 잃지 않는 힐러리 클린턴도 쿨하고, 절도있게 걸어가는 사관생도도 쿨하다. 책에 따르면 쿨은 다양한 역사적 시기와 사회에서 여러가지 기능을 해왔지만, 독특하고 개성적인 특징을 지닌다. 바로 나르시시즘, 역설적 초연함, 쾌락주의의 3가지 형태가 결합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개인의 육체적 자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성향인 쾌락주의는 다소 복잡한 개념이다. 쿨한 쾌락주의는 단순히 즐거운 것이라기보다 세속적이고, 매력적이며 훨씬 즉각적이고 강렬하며 폭력적이거나 퇴폐적인듯한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쿨 포즈는 20세기 중반 미국의 문화현상으로 떠오르기 전에도 여러 사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하지만 저자들은 서구 청년문화와 연결된 현대적 감정 스타일의 ‘쿨’의 기원을 서아프리카 요루바 문명에서 찾는다. 그뒤 노예선을 타고 신세계로 옮아와 고된 노동과 가혹한 모욕에 시달리던 흑인들 사이에서 개인적 정체성을 지키려는 것으로 작동하던 쿨이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는 동안 정체된 백인사회를 휘저으며 청년문화 속으로 스며들었다는 것이다. 책이 쿨을 정의하기 위해 1930년대 블루스 음악에서 쿨재즈, 로큰롤, 비트, 하드보일드, 반문화, 힙합에 이르는 청년문화를 추적하고 1940년대 이후 할리우드 스타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유다. 이는 또한 쿨을 문화적 맥락에서 다룬 책이 훌륭한 미국 대중문화 연구서이자 청년문화 역사서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무엇보다 쿨이 일탈과 반항의 코드임을 강조한다. 규율대로 살아가려는 산업사회의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부정하며 후기산업사회의 개인적 양식으로 쿨이 전면에 나섰다는 것이다. 1950년대 쿨의 문화를 주도했던 비트족은 서구중심의 ‘올바른 사회’를 혐오하며 숱한 일탈을 감행했다. 1960년대 히피의 반문화적 실천양식 또한 기존의 도덕적 가치관을 전복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60년대의 반문화적 행동양식은 80년대 이후 소비자본주의의 도래를 맞이하면서 개인적 저항의 사회적 스타일에서 소비사회의 풍요로움을 찬양하는 윤리적 태도로 변질된다. 레이건과 대처의 보수 우익정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쿨의 대중성을 강화시키고, 디오니소스적 쾌락주의와 경쟁, 탐욕을 정당화했다. 그래, 이제 쿨한 사람은 미래보다 현재의 쾌락에 치중하고, 더욱 강렬한 자극을 찾으며, 고민이 생기면 쇼핑하러 간다. 어느 시기건 지배적사상은 지배계급의 사상이라는 마르크스의 말은 불변의 진실. 미디어와 광고업계, 프로스포츠, 연예산업의 지배자들은 이런 최극단의 욕망을 간파하고 대중을 조작한다. 대중문화를 정복한 쿨은 이제 정치를 공략하며 전지구적으로 번져간다. 이는 미국 못지않게 즉자적인 쾌락과 소비를 지향하는 우리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지구를 제패한 쿨,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쿨이라는 키워드로 현대의 정치, 경제, 젠더, 대중문화와 예술전반을 분석한 책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마르크스주의의 역사적 필연성이 상실됐다면, 미래는 우리 것이라고 할 수 없고, 그래서 ‘케 세라 세라’를 부르는 것외에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 ||||
일탈-반항의 문화코드 'Cool' 과거와 현재 다중적 정체 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