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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적 뒤엔 고통.약점-'천재과학자들의 숨겨진 이야기' 외
매체명 경향신문 작성일 2002-04-13 이무경 ▲천재 과학자들의 숨겨진 이야기-야마다 히로타카/ 사람과 책▲세계사를 바꾼 50인 천재들의 프라이버시-게르하르트 프라우제/ 하서 '천재는 90%의 노력과 10%의 영감으로 이뤄진다'라는 말의 포인트는 앞이 아니라 뒤에 있다. 90%의 노력은 결코 10%의 영감을 만들 수 없다. 10%의 영감만이 천재로 하여금 90%의 노력을 들이도록 끊임없이 충동질하는 것이다. 그러나 범인들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천재들이 들으면 다소 비관적일지 모르지만, 천재는 빛나는 영예의 면류관을 쓴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영감'의 보이지 않는 끈에 묶여 죽을 때까지 '노력'해야 하는 꼭두각시와 같은 존재이며 인간적 약점을 지닌 보통사람일 뿐이다. '천재 과학자들의∼'와 '세계사를∼'은 천재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고민과 인간적 약점을 보여준다. 그리고 천재라는 사실이 그리 즐거운 일만은 아님을 역설적으로 말한다. 뉴턴.아인슈타인.라부아지에 등 천재과학자 20명의 알려지지 않은 에피소드를 다룬 '천재 과학자들의∼'는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천재적 과학자들의 생애를 다양한 에피소드와 함께 시간 순으로 서술했다. '종의 기원'을 쓴 다윈은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어하는 부유한 백수였고 아버지로부터 '쓸모없는 아이'라는 말을 늘 듣고 자랐다. 우울증과 편집증으로 고생한 수학자 괴델은 말년에 병원의 식사를 믿을 수 없어 먹지 않다가 결국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질량보존의 법칙을 발견한 라부아지에는 돈에 연연했던 세금관리인이었으며, 뉴턴은 부잣집 자제들과 사귀기 위해 돈까지 쓴 속물이었다. 일본 과학사학자인 저자는 이 에피소드들을 모으기 위해 수십년간 20차례 이상 유럽을 방문하며 1만권 이상의 책을 모았다고 한다. 이면우 옮김. '세계사를∼'은 30대부터 70대까지 다섯단계의 나이대에 각 천재들이 어떤 상황이었는가를 타임머신을 타고 간 것처럼 포착했다. 뛰어난 교육론을 펼쳤던 루소는 30대에 자식 다섯을 고아원으로 보냈고, '죄와 벌'의 도스토예프스키는 40대에 도박에 빠져 가산을 탕진했다. 50대의 바그너는 빚에 쪼들리자 도망을 쳐 자살을 계획하며 스스로 묘비명을 지어놓았을 정도다. 50대에 난청증상으로 고생한 베토벤은 상연이 끝난 서곡을 신작이라고 사기쳐 팔아넘긴 전력이 있다. '천재들의 성적표' '천재들의 학창시절' 등의 책을 쓴 저널리스트 출신의 저자는 개인적 편지나 일기를 통해 그의 특기인 '천재 뒤집어 보기'를 다시한번 성공적으로 시도했다. 강명희 옮김. 이 두 책의 '뒤집어 보기'에도 불구, 천재들의 삶은 여전히 경탄과 호기심의 대상이 될 것 같다.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편집증적 삶을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가 큰 성공을 거두었듯이. 천재들의 불우한 삶마저도 범인들의 눈에는 신비롭고 낭만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호기심은 어쩌면 천재들 덕분에 문명의 진보와 정신세계의 풍성함을 누리고 있는 현대인들이 지불해야 할 최소한의 값은 아닐까. | ||||
업적 뒤엔 고통, 약점 - '천재과학자들의 숨겨진 이야기'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