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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세 뒤 몸상하면 명성이 무엇이랴”“금꽃 달린 절풍모 쓰고/흰 말 걸음도 의젓하게./펄렁펄렁 넓은 소매 날리니/바다 동쪽에서 새가 온 듯하구나”
이태백(701∼762)의 잡곡가사(雜曲歌辭) 중 ‘고구려’다.그가 우연히 고구려인을 보고 난뒤 느낌을 적은 것으로 이국적인 몸차림에서 받은 신선한 인상을 간결하게 그렸다.‘절풍모’ ‘펄렁펄렁한 소매’ 등 몇가지의 특징적 묘사로 포착된 고구려인의 모습은 시원스런 크로키를 연상케 한다.현존하는 그의 시 1천수 가운데 우리와 관련된 시가 한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고구려’를 담은 신간 ‘완역 이태백 악부시’(사람과책刊)는 이태백 시의 백미로 일컬어진다.악부시(樂府詩)는 한나라 때 음악을 관장하던 기관의 ‘악부’에서 유래한 것이지만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민가(民歌)와 문인들이 지은 노래를 포괄하는 ‘노래시’의 의미로 더 많이 쓰이게 됐다. 악부시는 통틀어 1백42수로 악부시만을 연구해온 진옥경박사(충북대 강사)가 우리나라에선 처음으로 완역했다. 악부시를 읽으면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를 읊으며 가무를 즐기던 팔자좋은 낭만주의 시인 이태백의 이미지는 오간데 없어지게 된다. 살림이 궁핍하여 도둑질을 하러 칼을 들고 나서며 아내와 실랑이를 벌이는 남정네,부모를 잃고 형의 집에 얹혀 살며 온갖 구박을 참아내는 고아,어린 것을 두고 차마 눈을 감지 못하는 병든 아낙의 눈물겨운 노래가 당시 서민생활의 참상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또 겨울에 우레가 오고 여름에 눈이 올 때까지 임을 사랑하리라는 천진한 아가씨의 사모곡,연 이파리 밑에서 무심하게 오락가락하는 고기들의 모습을 그린 소박한 노래,흰 사슴을 타고 신선과 함께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노래가사 등으로 대중들의 기쁨과 소망을 담았다. 다음은 백성들의 부역의 고통을 묘사한 ‘정도호가(丁都護歌=억울하게 죽은 남편을 부르는 여인의 애절한 부르짖음)다. “…물은 탁하여 마실 수 없고/단지에 담으니 태반이 흙이라네/…한바탕 정도호가를 부르노라니/마음이 쓰라려 눈물이 비와 같네/만명이 반석을 쪼갠다 한들/강기슭에 닿을 방도 바이없다네…” 그에게도 실직과 상실의 시기가 있었다.실력자의 천거에 의해서만 관리가 되는 상황,풍상에 지친 심정을 노래로 풀었다. “…내가 보니 자고로 출세했단 인물들/공 세우고 은퇴 않아 모두들 몸 상했다/…생전에 한 잔 술 즐기면 그만/죽은 후에 명성이 무얼하리오”(‘인생길 어려워라 3’중에서) “큰 길이 하늘처럼 트였어도/나만 유독 못 나섰네/차마 장안 부랑아 뒤나 쫓으며 장닭 싸움 투전으로 내기 걸긴 부끄럽네/…/가는 길 어려우니/되돌아 갈거나”(‘인생길 어려워라 2’중에서) 천부적 재능과 오만방자함으로 세상을 조롱한 괴짜이자 실패한 정치지망생이기도 했던 이태백.개탄과 풍자,현실도피의 심리가 그대로 드러난다. | ||||
방랑가객 이태백 서민애환 ‘노래시’ 142수 완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