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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첫 완역 주제따라 재배역 해설 붙여“장안엔 한 조각 달/집집마다 다듬이 소리./가을 바람 한없이 불어올 제면/하나같이 옥관을 그리는 마음뿐./어느 날에나 오랑캐 무찌르고서/고운 그 임 먼 출정을 마치려는고.”(이태백 ‘자야오가(子夜吳歌)’ 중 제2수)
이태백(701∼762)은 두보, 백거이와 함께 중국 문학의 황금기인 당시(唐詩)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그가 남긴 시는 1천여 수로 알려져 있으며, 노래로 불릴 수 있도록 편한 형식을 지닌 ‘악부시’는 그 중에서도 백미로 꼽힌다. 이태백을 전공한 중문학자 진옥경(41)씨가 엮어 옮긴 <이태백 악부시>(사람과책 펴냄)는 진위를 의심받는 작품들을 뺀 이태백의 악부시 142수를 국내 최초로 완역하고 주석과 해설을 붙인 책이다. 진씨는 전통적인 목차를 무시하고 작품 배경과 주제에 따라 모두 5개 부로 나누어 재배열했다. ‘강남의 풍류’ ‘장안의 문화’ ‘변경의 정취’ ‘북방의 기상’ ‘나그네의 회포’ 등으로 나뉜 시들은 3년의 정계 체험말고는 유랑과 음주로 점철된 그의 삶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한 잔 드시게./잔 멈추지 말고/그대 위해 한 곡조 읊어보리니/나를 위해 귀 기울여보게./풍악 소리 살진 안주 대단할 게 없다네./오로지 원하느니 장 취하여 깨지 않는 것.”(‘장진주(將進酒)’에서) 이태백의 악부시 가운데 ‘자야오가’와 함께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은 술 권하는 노래 ‘장진주’이다. 그가 첫 번째 정계 진출에 실패하고 지역에 내려가 동무들과 술을 마시며 후일을 기약하던 무렵의 일견 낙천적이고 일견 허무적인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시의 어느 대목에서 그는 “하늘이 내 재주를 내셨을 때야 쓰일 데 있으리니”라며 짐짓 대범한 태도를 취해 보지만, 술에 의지해 만고의 시름을 잊겠다는 것은 현실 도피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태백의 다른 시들은 가난에 갉아먹히는 서민들의 참상에 눈을 돌리거나, 방랑길에 더해만 가는 고향 생각을 애절히 노래하기도 하며, 아름다운 자연과 그에 호응하는 인간의 움직임을 그리는가 하면, 병사들의 고통과 아낙들의 시름을 읊기도 한다. 이 가운데는 고구려인의 이국적인 차림을 보고 지은 ‘고구려’라는 4행시가 들어 있어 이채롭다. “금꽃 달린 절풍모 쓰고/흰 말 걸음도 의젓하게./펄렁펄렁 넓은 소매 날리니/바다 동쪽에서 새가 온 듯하구나.” | ||||
진옥경 ‘이태백 악부시’/술과 떠돎의 삶 고스란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