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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 정무수석과 문체부장관 등을 역임한 주돈식씨가 문민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책 「문민정부 1천2백일」(사람과 책 간)을 출간했다. 문민정부에 대해 비사 형식으로 다룬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 높은 평가를 내리면서도 곳곳에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김 대통령은 항상 검소하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국정을 운영했지만 능력보다 의욕이 앞섰던 것 같다』고 피력했다. 그가 정무·공보수석으로 대통령을 가까이 받들면서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은 참모들조차 알 수 없는 결정과 발표. 세간에서 깜짝쇼로 불리는 사안들이 어느날 갑자기 터져나와 참모들은 이를 따라가기에 모두 숨이 차있었다고 했다.『숨어서 틈새를 보아가며 치고 빠지던 파쇼정권 아래서의 야당수법 그대로를 답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3년5개월동안 정부 주요 회의를 거의 참석해보았지만 대통령의 통치 이념인 개혁과 도덕성의 구현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을 본 일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회창 총리 「해임」 사건은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독단의 인상을 가장 깊이 남긴 사건이라고 했다.『대통령이 「총리로서 혼란을 책임지시오」라고 총리의 면전에서 말한 것은 필자의 감각으로 「해임」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총리가 청와대의 발표가 있기 전에 미리 사표를 써서 독자적으로 발표함으로써 두 사람의 관계가 이용과 역이용의 악연으로 이어졌다는 것.『만나지 말았어야 할 관계였다』고 술회했다. 문민정부 출범후 끊임없이 터진 대형사건 앞에서 대통령의 표정은 어떠했을까.위도 페리호 침몰사고 직후 열린 임시 확대 국무회의는 우리 역사상 가장 짧은 10분의 비통한 분위기의 국무회의였다고 전했다. 대통령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 아래 새로 출발해야 한다」는 내용의 훈시를 한 뒤 「이것으로 국무회의를 끝내겠다」며 일어선 것.『대통령 앞에서 발소리 내는 것조차 민망스러워 참석자들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죄인의 자세였다』고 적었다. 저자는 대통령의 두 가지 실정에 대해선 과감히 짚었다. 정부부처 개편 실패와 군체제 개혁 실패를 지적하고 『군개혁을 시도했지만 기존 하나회 인맥을 잘라내고 또 다른 인맥을 형성하는 정도에서 그쳤다』고 비난했다. 한편 저자는 정부의 성격을 『문민정부라기보다 군사정부에서 시민정부로 넘어오는 과도정부』라고 규정했다. 당초 필자와 출판사측은 대통령과 문민정부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실으려 했으나 문민정부가 아직 끝나지 않은 점을 고려,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필적이 담긴 문서를 공개하려고 했다가 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3년반동안 대통령을 보필해온 저자가 대통령의 임기도 끝나기 전에 실정을 운운한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
◎문민정부 비사 공개 “우회적 비판”/“김 대통령이회창씨 잘못된 만남” 술회/“보필하던 자가 실정 운운” 필자 비판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