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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터 헤프의 '손끝으로 느끼는 희망'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나는 듣지도 보지도 못합니다. 세상은 내게서 두 눈과 귀를 가져갔지만 사랑과 희망은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2003년 시청각 중복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독일 가톨릭교회 종신부제 성직자로 임명된 페터 헤프의 자서전 '손끝으로 느끼는 희망'(사람과책 펴냄) 이 번역, 출간됐다. 장애로 인해 절망에 빠졌던 페터 헤프가 성직자로 다시 태어나기까지의 여정을 고스란히 담은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다. 독일의 한 시골농가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채 태어난 그는 수화를 익히며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만 곧이어 시각장애까지 겹치면서 극도의 절망감에 빠진다. 그러나 페터 헤프는 바로 그 속에서 자아와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사물을 보지 못하는 대신 사랑과 희망이라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눈과 귀를 얻게 된다. 책은 단지 성직자로 다시 태어난 한 장애인의 성공 스토리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페터 헤프가 극한의 상황 속에서 겪어야했던 난관들, 그리고 어떻게 자신과 화해하고 마음의 평화를 얻었는 지를 통해 진정한 장애란 무엇인지를 깨우치고 있다. 현재 한 가정의 가장이기도 한 그는 수화 강론을 진행하며 장애인들을 위해 헌신적 삶을 살고 있기도 하다. 정진석 추기경은 "우리가 잊고 있던 사랑, 희망, 소명에 대해 페터 헤프는 들려준다. 사랑하고 희망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에는 우리가 하찮게 여기는 사소한 것들로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그는 가르쳐준다"며 추천사를 달았다. 박정미 옮김. 368쪽. 9천800원. | ||||
사랑은 손가락 하나로도 충분해요